안중근 의사의 철학과 동양 평화론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대한제국 침략의 핵심 인물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를 단순한 암살자로 기억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조국을 위해 행동한 독립운동가이자, 세계 평화와 정의를 고민한 사상가였습니다. 이토를 향한 총성은 단순한 복수나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동양의 자주와 인류의 평화를 위한 선언이었습니다. 안중근은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의 신념을 지켰으며, 감옥 안에서도 글을 쓰고 철학을 남기며 후세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본문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행동과 사상, 그리고 그가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철학적 유산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안중근 - 하얼빈 의거 직전 모습

이토 히로부미 저격, 복수가 아닌 정의의 실현

많은 사람들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단순한 암살로 이해하지만, 이는 그의 의도를 지나치게 축소한 해석입니다.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단지 조선 병합의 주범으로 본 것이 아니라, 한중일 평화를 깨뜨린 범죄자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일본이 아시아를 식민지화하며 동양 전체의 자율과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봤고, 이토는 그 핵심에 있는 인물이라 판단했습니다. 의거 전 그는 동지들과 함께 단지 개인의 분노가 아니라 역사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임을 선언했고, 이는 수많은 언론과 외신을 통해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체포된 이후에도 그는 법정에서 당당히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며, “나는 대한의 독립을 위해, 동양 평화를 위해 이토를 처단한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는 단지 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양 전체가 유럽 제국주의와 일본의 이중 침략 속에서 존립 위기에 처해 있다는 그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국제법과 도덕을 바탕으로 정당한 저항을 실현했고, 자신의 목숨보다 더 큰 가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습니다. 그의 행동은 충동이 아닌 철저한 사상적 기반 위에 있었고, 이는 우리가 안중근을 ‘정의로운 실천가’로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동양 평화론’에 담긴 사상가로서의 철학

안중근 의사의 또 다른 위대한 업적은 바로 감옥에서 집필한 『동양 평화론』입니다. 비록 책은 완성되지 못했지만, 그가 담으려 했던 내용은 분명합니다. 그는 한중일 세 나라가 유럽의 침략을 막기 위해 협력하고, 공동의 군사력과 통화, 교육 체제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지 조선의 독립을 외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 전체가 주체적으로 연합해야만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고 본 것입니다. 그의 시각은 당시로선 매우 선구적이었고, 오늘날에도 동북아 협력, 평화공동체, 아시아 연대라는 담론과 이어집니다. 그는 일본에도 일침을 가했지만, 동시에 “일본이 아시아의 맏형으로서 책임을 다한다면 연합이 가능하다”라고 보았습니다. 식민 지배를 부정하면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둔 이 유연한 시각은, 안중근이 단순한 민족주의자가 아니라 진정한 평화주의자였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전쟁을 통해 평화를 말한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기 위한 희생을 선택한 것입니다. 『동양 평화론』에는 단지 국제 정치의 철학뿐 아니라, 교육, 문화, 산업에 대한 통찰도 담겨 있었으며, 그는 이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이자 약속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안중근은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설계한 전략적 사상가였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리더십

안중근 의사는 감옥에 갇힌 이후에도 수많은 글을 남겼습니다. 그가 직접 쓴 200여 점의 유묵(遺墨)은 단지 글씨가 아닌 철학의 기록이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유산이 되었습니다.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문구처럼 그는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의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재판이 부당하게 진행되었음에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법정에서 일본 판사에게 "당신이 진정 정의로운 판결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양심을 일깨우려 했습니다. 안중근은 적을 미워하지 않았고, 침략과 불의에 맞선 것이지 사람 자체를 증오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태도는 인류애에 기반한 윤리적 저항의 전형이며, 오늘날의 인권운동, 저항운동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의 리더십은 명령이 아닌 설득과 감화에서 비롯되었으며, 동지들과 함께 행동하며 책임을 공유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자신의 마지막이 역사의 일부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안중근을 통해 ‘진짜 리더란 무엇인가’, ‘정의로운 행동이란 어떤 것인가’를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그의 삶은 단지 역사 속 한 장면이 아니라, 여전히 오늘의 우리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총을 든 투사이자, 펜을 든 사상가였고, 행동하는 지성인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생명을 바쳐 불의를 멈추려 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철학을 남겼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그가 꿈꿨던 동양 평화의 가능성 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를 기억한다는 것은 단지 애국심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정의와 평화가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기도 합니다.